언덕길에서 자전거 브레이크가 고장 납니다. 그대로 철길로 굴러떨어지고 기차가 옵니다.
그리고 주인공이 죽지 않아요. 눈을 떠보니 몇 분 전으로 돌아가 있습니다.
이렇게 능력이 생깁니다. 별 설명 없이요.

처음엔 아주 시시하게 씁니다
주인공 마코토는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. 딱히 뭘 잘하는 것도 없고 진로도 안 정했어요. 남자 친구 둘이랑 방과 후에 야구하는 게 일과입니다.
시간을 되돌릴 수 있게 되고 나서 얘가 뭘 하냐면요.
지각 안 하려고 되돌리고, 노래방에서 더 오래 부르려고 되돌리고, 동생이 먹어버린 푸딩을 먹으려고 되돌립니다. 시험 문제 미리 보고 오는 것도 하고요.
이 부분이 꽤 길어요. 그리고 웃깁니다.
보통 이런 능력이 나오면 큰일에 쓰잖아요. 이 영화는 한참 동안 사소한 것만 합니다. 열일곱 살이면 진짜 그럴 것 같아서 저는 이게 좋았어요.
아직 순수한 주인공인 것 같더라고요. 저 같았으면 로또 번호를 외워서 시간을 돌리지 않았을까 싶어요. 아니면 뭘 했을까요. 그런 생각 하면서 보니까 기분이 좀 좋아지더라고요. 이루어질 일은 없겠지만요.
되돌리면 누군가는 손해를 봅니다
중반부터 분위기가 바뀝니다.
마코토가 시간을 되돌릴 때마다 원래 일어났어야 할 일이 다른 사람한테 옮겨갑니다. 자기가 피한 사고가 다른 애한테 가고, 자기가 거절을 취소하면 다른 사람 마음이 다치고요.
본인은 한참 모릅니다. 그냥 편하게 살고 있었을 뿐이니까요.
그러다 한 번 크게 깨닫는 장면이 있어요. 여기서부터 이 영화가 코미디에서 다른 걸로 넘어갑니다.
저는 이 전환이 꽤 매끄럽다고 봤습니다. 갑자기 무거워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무게가 실려요.
친구 셋이 있습니다
마코토, 코스케, 치아키. 이 셋이 매일 붙어 다닙니다.
셋 다 남자 여자 구분 없이 친구예요. 연애 감정 같은 건 안 꺼냅니다. 방과 후에 캐치볼 하고 시시한 얘기 하는 게 전부고요.
그런데 이게 오래 못 갑니다.
치아키가 마코토한테 마음을 표현하려고 하는데, 마코토가 그걸 시간을 되돌려서 없던 일로 만들어버려요. 무서워서요. 셋이 지금처럼 지내는 게 좋으니까.
이 대목이 이 영화에서 제일 아픈 부분입니다. 관계가 변하는 게 싫어서 시간을 되돌리는 건데, 되돌린다고 안 변하는 게 아니거든요.
이 장면에서는 마코토 마음이 이해가 가서 좀 안타까웠어요. 근데 되돌린다고 안 변하는 게 아니잖아요. 치아키도 언젠가 또 마음을 표현하려고 할 텐데, 그럼 그때 가서 또 시간을 돌릴 건지.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.
여름이 계속됩니다
이 영화 배경이 전부 여름이에요.
매미 소리 나고, 하늘 파랗고, 아이스크림 먹고, 땀 흘리면서 자전거 탑니다. 화면이 계속 밝아요.
그래서 뒤에 나오는 얘기가 더 서늘하게 느껴집니다. 여름은 끝나는 계절이잖아요. 개학하면 3학년이 되고, 진로를 정해야 하고, 이 셋은 흩어질 거고요.
마코토가 계속 시간을 되돌리는 게 사실은 여름을 안 끝내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.
이건 제 해석이고, 그냥 여름방학이 배경이라 그런 걸 수도 있어요.
이모 얘기
마코토가 고민이 생기면 찾아가는 이모가 있습니다. 미술관에서 그림 복원 일을 해요.
이 이모가 나오는 장면이 몇 개 안 되는데 다 좋습니다. 마코토 얘기를 듣고 놀라지도 않고 야단치지도 않아요. 그냥 듣습니다.
그리고 이모가 던지는 말들이 좀 묘해요. 자기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처럼 말하거든요. 확실하게 밝히지는 않습니다.
원작 소설이 따로 있는데, 그 소설 주인공이 이 이모라는 얘기가 있습니다. 그러니까 이 영화는 속편 비슷한 셈이에요.
이걸 알고 보면 이모의 대사들이 다르게 들립니다. 몰라도 보는 데 지장은 없고요.
이 영화가 원작 소설이랑 다른 점이 하나 더 있어요. 소설이 1960년대에 나온 작품이라 배경이 아주 옛날입니다. 그런데 영화는 2006년으로 옮겨왔어요. 휴대폰 문자가 나오고 노래방에 가고 그렇습니다. 그래서 지금 봐도 그렇게 오래된 느낌이 안 나요. 개봉한 지 이십 년 가까이 됐는데 아직도 여름만 되면 이 영화 얘기가 나오는 게 그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.
마지막에 남는 문장
결말은 안 쓰겠습니다.
다만 마지막에 마코토가 하는 말이 하나 있어요. 짧은 문장인데, 이 영화 전체가 그 한마디를 위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.
시간을 되돌려서 뭘 피하는 얘기로 시작했는데, 끝에 가서는 정반대가 돼요. 기다리겠다는 쪽으로요.
이것도 결국 성장하는 모습이겠죠. 시간을 돌려보고, 후회도 해보고, 그러면서 조금씩 자라는 거요. 그런데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로또 번호 외워서 시간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좀 속물인가 싶기도 하고요.
그림이랑 소리
이 영화 배경 그림이 정말 좋습니다. 특히 하늘이요. 여름 하늘이 계속 나오는데 구름 모양이 매번 다릅니다. 그리고 노을 지는 장면이 몇 번 나오는데 그 색이 예뻐요.
인물 그림은 오히려 좀 단순한 편입니다. 요즘 애니메이션처럼 화려하지 않아요. 그런데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서 그게 별로 안 걸립니다. 마코토가 뛰는 장면이 유난히 많은데, 여자애가 팔 휘저으면서 막 뛰는 게 진짜 그 나이 애 같아요.
그리고 음악이 조용합니다. 요즘 애니메이션들은 주제가가 크게 깔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런 게 별로 없어요. 피아노 몇 음만 나오다 마는 식입니다. 그래서 매미 소리나 자전거 굴러가는 소리가 더 잘 들려요. 여름 느낌이 나는 게 그림보다 소리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.
이 영화 볼 때
일단 초반 30분이 좀 산만할 수 있어요. 능력으로 장난치는 장면이 계속 반복되거든요. 저기서 지루하다고 끄시는 분들이 있는데, 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.
그리고 시간 여행물이라고 논리를 따지면 구멍이 좀 있어요. 이 영화는 그쪽에 관심이 없습니다. 설정보다 감정 쪽이에요.
러닝타임은 한 시간 반 정도로 짧습니다.